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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새를 구경하는 사람, 자기 새를 자랑하는 사람, 우리처럼 목적 없이 두리번 거리는 사람들. 좁은 골목 안으로 작은 가게들이 빈틈없이 들어차있었고, 새소리가 어지럽게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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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꽃에 빠져 살던 나를 위해서, 남편이 홍콩 여행 코스 중 잡은 꽃시장 방문. 우리 나라와는 살짝 다른 분위기와 수 많은 사람들, 낡은 간판, 주차 단속을 하는 경찰들, 하나하나 싱그러운 꽃들이 우릴 반겨줬다. 사람 사는 냄새를 살짝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곳. 꽃을 좀 사고 싶었지만, 여행지에는 그런 호사는 유부녀에는 살짝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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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꽤 많이 걸어야 해서 지겨웠던 길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 하나 선명하게 생각난다. 어지럽게 높은 빌딩 사이로 꽤 오래된 관우 사원이 늙은 나무를 끼고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가파른 길 위로 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작은 가게들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유연하게 뻗어있는 고가도로들. 답답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의 고가와는 다르게 무언가 빠르고, 시원한 느낌이다. 편한 신발을 신고 다시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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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레벨을 올라가는 길목에 옥색의 이슬람 사원이 있다. 높은 고측 건물 사이에 나즈막히 있는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나름대로 고즈넉한 분위기도 났다. 종교에 대한 편견은 없는 편이지만, 예배를 들이는지 사람들 인기척 소리에 놀라 도망치듯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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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 만치 선명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홍콩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스팟 중 하나, 미드레벨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트도 그 중에 하나이다. 에스컬레이트를 중심으로 어지러운 간판과 작은 식당들, 발코니에 앉아서 하루의 휴식을 더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록 따뜻한 불빛이 스며나오는 가정집은 점점 근사해진다. peak cafe bar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끝도 없는 길을 오르고 올랐다. 다리는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뒤를 돌아보면 아찔한 높이에 일상의 녹녹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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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타러 갔던 선착장은 꽤 인상에 남는 파란색 기운이 물씬했다. 푸른색 물결이 삼킬 듯한 잔잔함으로 고요하기까지 했던 그 통로. 요즘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  머리 속은 그때 그 파란 물결 속에서 출렁이는 것처럼 울렁거리고, 먹먹한 귀에 들리는 말들은 윙윙거린다.
나는 그 통로, 어디쯤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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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던 햇살 만큼이나 화사했던 마카오의 노란색은 궁핍한 생활을 감추듯 따뜻하고 포근했다.
낡아가는 건물에 몇겹씩 색을 더 하고, 다시 화사한 노랑을 만들어 낸다.
모든의 삶이 언제나 이렇게 따뜻하다면 어떨까.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다릴다가, 맑간 노란색이 떠올랐다.
몇장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몇개의 기억을 꺼내어 반죽을 한다.
언제나 기억은 공상의 재료가 되어 주고, 또 다른 희망의 맛을 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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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리로 가는 이층버스에 타고 흔들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이런 저런 공상을 할 수 있었던 시간. 생각보다 시간은 다시 성큼 지나 나의 달콤했던 기억은 벌써 한달 전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업무와 고민들이 사이로 가끔씩 스치듯 지나가는 그때의 기억때문이지 기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반갑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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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비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찾아간 곳. 1947년부터 있었다는 바는 외국인들로 북적북적했다. 낡은 타일의 바닥은 꽤 멋졌고, 옆 테이블에 앉아 라이카의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는 한 것을 엿들을 정도로 테이블 간격도 좁았다. 우리도 골목 앞으로 보였던  미드 레벨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잠시 쉬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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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한 날은 메이데이어서, 홍콩에 일하러온 필리핀 여성들이 거리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시끄럽게 휴일을 즐기고 있고 있었다. 픽크트램 근처에 위치한 곳이어서 사람이 부쩍 많았던 곳. 게다가 여기저기 수리를 하고 있어서 더 어수선했다. 빌딩 숲 사이의 하얀 성당이 꽤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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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
13세기 초 영국 건축과 고딕 양식이 섞인 성당.
1849년 완공, 2차 세계 대전 일본군의 클럽하우스로 쓰이면서 예전의 모습은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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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오래된 길을 볼 수 있는 곳, 셩완. 격한 트램의 곡선 철로를 앞에 두고 오랜 세월과 함께 한 웨스턴 마켓이 있다. 원래는 식료품을 파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작은 가게들이 안에 있다. 홍콩의 쇼핑센터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돈을 넣고 잴 수 있는 오래된 체중계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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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소품으로 오리엔탈리즘을 자극 받고 싶어하는 외국이라면 꼭 챙겨서 가볼만 한 거리이다. 북경에서 봤던 골동품 시장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이어서 우리에겐 그닥 감흥은 없었다. 좀 더 언덕쪽에 있는 거리를 비싼 가게들로 쇼윈도우를 장식한 오래된 소품들이 품격이 더 해보였고, 그 아래 길은 생각보다 소박한 물건들이 가득이다. 물론 북경에서 봤던 골동품보다는 질은 좋았다. 우린 두런두런 구경만 했고 주변에 있는 외국인들은 신기해하며 이것저것을 산다. 온통 관광객과 상인만 있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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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돌아와서 알았지만, "501 must-visit cities"에서 언급했던 홍콩에서 꼭 해야 할 일, 이층버스를 타고 스텐리 해변에 가는 것이다. 망설이다가 밤 늦은 시간에 찾아간 곳, 안갔다면 이번 홍콩 여행 중 가장 멋진 기억을 갖기 못했을 뻔 했다. 아슬아슬한 산을 타고 반짝이는 불빛을 보는 느낌, 고가가 많은 홍콩 시내를 넘어질 듯 빠른 속도로 지나가 보는 것, 꼭 이층버스를 타야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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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must-visit cities" 에서 홍콩에서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 중 하나로 언급했던, 스타페리. 홍콩섬과 반도를 연결해주는 낡고 오래된 교통수단이다. 몇십년전까진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에서 삶의 노곤함이 녹아났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만이 그때의 향수를 기억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낮에 반도로 넘어갔다가 저녁이 되어서 홍콩섬으로 돌아왔는데 그 야경 또한 잊을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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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상징, 트램. 한번 타보면 그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낡은 이층 열차가 도심의 심장을 뚫고  천천히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가는 덜컹거림은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그 재미를 더 해준다. 왠만한 거리는 트램을 통해서 "근처"까지 갈 수 있어서 생각보다 타기 수월하다. 트램의 색에 따라 가는 거리가 살짝씩 다르니 가야할 곳을 생각했다면 열차의 색을 보고 "근처"까지 가면된다. 한여름이 아니어서 시원함이 더했겠지만, 서울에 돌아온 이후 그 시원함이 자꾸 생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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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에 가서 처음부터 버스를 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간 후, 바로 연결되는 지하철을 찾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홍콩의 지하철을 탔다. 생각보다 꽤 작아서, 우리나라의 지하철은 거대한 느낌이었고, 나름대도 아담하고 귀여워서 새록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타일로 장식한 지하철 역사들이 기억에 남고, 구석에 낡은 선풍기도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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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찾아 퀸즈로드 서쪽으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낯선 도시의 길을 익히기 위해 지글거리는 햇살도 피할 겨를 없이 걷고 걷고 또 걷고. 이제 몇몇 길을 제외하고는 이런 허름한 홍콩스러운 길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좁은 골목, 가파른 언덕, 셀 수 없는 계단들. 낯설었던 그 길에 영화 속 그 장소들이 있었고, 흥얼거렸던 노래들이 있었다. 낯보다 밤이 더 아릅답다고 위안을 한다고 해도 낡은 삶들은 가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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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정의는 나름인 것 같다. 보았던 현상과 다른 형식으로 각인되기도 하고, 보고 싶은 것들만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눈을 감고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기억과 기록의 중간 어디쯤, 나는 그 곳에서 있었던 한순간 한순간을 기록하고, 정의한다.
한숨도 제대로 못잔 나를 반긴 건 텁텁한 홍콩의 공기었다. 도시가 주는 소음과 공해, 그 안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기물과 무기물의 조화, 밝은 햇살 아래 오래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건물들이 어지럽게 자리한 곳. 좁은 골목 골목은 대로가 되고 있었고, 낡고 허름한 빌딩들은 넓고 훤칠한 건물들로 탈바꿈하는 번데기 같았다. 나는 낯선 개미굴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방향을 잃고 더운 공기를 헤집으며 걷고 또 걷기를 반복했다. 혼란스럽지만 나름의 질서 속에 살며시 발을 들여 놓고 어리숙한 여행객이 되어 그들의 일상을 탐닉하고, 내가 가져간 여러가지 짐들을 내려 놓으려 노력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갖고 여행을 한 적이 있었던가, 말없이 걷기만 했던 나를 위로 해주었던 건 내 생각보다 복잡했던 거리와 거리 사이, 음악처럼 흐르는 중국어들, 공중으로 부유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발음들.
2009년의 홍콩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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